특별기고

협동전투항공기(CCA)가 바꾸는 '하늘의 전쟁'

한국형 협동전투항공기가 넘어야 할 것은 기체 개발이 아니라 전력 설계의 벽이다

협동전투항공기, 이른바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먼저 ‘무인 전투기’를 떠올린다. 유인 전투기 옆을 날며 적을 탐지하고, 전자전을 수행하고, 필요하면 무장을 투하하는 항공기 말이다. 틀린 그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는 CCA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CCA는 전투기 한 대를 무인화 하는 사업이 아니다. 유인 전투기, 무인기, 센서, 통신망, 지휘통제체계, 그리고 임무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전투체계로 묶어 더 멀리 보고, 더 많이 움직이며, 더 빠르게 적응하는 공군을 만드는 일이다. 최근 CCA 전략과 한미 협력을 주제로 열린 패널 토의에서도 논의의 초점은 기체의 형상보다 그 기체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운용되며, 얼마나 빨리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맞춰졌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의 공중전은 값비싼 전투기 몇 대의 성능만으로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촘촘한 방공망, 장거리 미사일, 전자전과 정보전이 결합된 전장에서는 먼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자산, 더 넓은 곳에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자산, 그리고 필요할 때 전력의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자산이 필요하다. CCA는 바로 그 빈자리를 채운다. 위험 공역에 앞서 진입해 감시·정찰 하고, 적의 레이더와 방공망을 교란하며, 유인 전투기의 생존성과 타격 기회를 넓힌다. 주인공을 대신하는 조연이 아니라, 전투의 판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구성원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CCA를 유인 전투기의 ‘작은 복제품’처럼 만들려는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유인기와 똑같은 방식으로 운용하고, 똑같은 장기 정비체계에 묶고, 똑같은 생존성 기준을 요구한다면 CCA가 줄 수 있는 유연성과 수량의 이점은 줄어든다. CCA의 강점은 모든 임무를 혼자 완벽히 수행하는 데 있지 않다. 감시·정찰, 전자전, 통신 중계, 미끼, 유인기 호위, 무장 운반 등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으면서 유·무인 팀 전체의 전투력을 키우는 데 있다.

여기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기체보다 아키텍처다. 특정 기업의 기체와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단단히 묶이면, 전력은 곧 공급업체의 기술 주기와 사업 일정에 종속된다. 더 좋은 알고리즘이나 새로운 센서가 나와도 신속히 붙일 수 없다면, 무인체계가 가진 속도의 장점은 사라진다.

미 공군이 정부 소유의 자율임무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기체와 임무자율성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기체에 서로 다른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얹을 수 있어야 기술 경쟁이 살아나고, 전장 변화에 맞춰 가장 나은 성능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CCA 경쟁의 진짜 승부처는 누가 더 눈에 띄는 동체를 설계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개방적이고 안전한 연결 규칙을 만들고 관리하느냐에 있다.

한국도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한국형 CCA를 개발하면서 미국의 표준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미 연합운용에 필요한 데이터와 인터페이스, 보안 기준을 초기에 맞추되, 한국 정부가 통제해야 할 시험·인증·데이터 권한도 분명히 해야 한다. KF-21, 지상·해상 지휘통제체계, 감시·정찰 자산, 앞으로 등장할 여러 무인체계가 어떤 정보를 나누고 누가 최종 권한을 가질 것인지가 설계돼야 한다. 수출할 수 있는 기체를 만드는 일과 동맹국 체계 속에서 작동하는 전투체계를 만드는 일은 같지 않다.

두 번째 과제는 획득 방식의 변화다. CCA는 전투기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는 소프트웨어, 센서, 배터리, 통신기술 위에서 움직인다. 한 번의 개발로 완벽한 체계를 만들겠다는 방식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첫 번째 구성에서는 성능·비용·일정을 과도하게 키우지 말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먼저 전력화한 뒤 다음 구성에서 개선하는 ‘인크리먼트’ 접근이 중요하다. 완벽함을 기다리기보다, 현장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 나은 다음 세대를 빨리 만드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신속 획득이 곧 값싼 일회용 장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CCA의 ‘소모 가능성’은 싸게 만들고 쉽게 잃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임무에서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지, 손실 뒤 얼마나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지까지 계산한 전력 설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체 한 대의 가격표가 아니라 임무당 비용, 가동률, 통신과 자율성의 신뢰도, 생산과 보급의 회복력이다.

이 대목에서 군수의 시각은 더욱 중요해진다. CCA가 실전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모듈 교체와 전방 정비, 분산 보급, 신속한 소프트웨어 갱신이 가능한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희토류 자석, 추진·전력계통, 배터리, 항법·통신 반도체 같은 핵심 품목의 공급망도 함께 봐야 한다. 평시에는 부품 하나의 조달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유사시에는 대량 운용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안보 문제다.

한반도의 조건은 CCA의 요구성능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든다. 한반도에서는 짧은 경보시간, 밀집한 위협, 제한된 작전 공간과 기지의 취약성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주변 해역과 연합작전의 관점에서는 더 먼 거리의 감시·전자전·표적정보 공유도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임무를 해결하는 하나의 ‘만능 CCA’를 찾기보다, 공통 아키텍처 위에 임무별 구성을 얹는 편이 현실적이다. 공통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의 언어를 공유하면서도, 어떤 기체는 감시정찰에, 어떤 기체는 전자전에, 또 다른 기체는 유인기 호위와 무장 운반에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유인 조종사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 AI와 자율성은 조종사의 인지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무인 자산을 다루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무장 사용과 같은 중대한 판단까지 기계에 넘길 수는 없다. CCA 시대의 핵심은 조종사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인간이 지휘 의도와 책임을 유지하면서, 기계의 속도와 수량, 감지능력을 활용하는 데 있다. 기술의 진보가 책임의 공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미일 협력도 같은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의 제조 역량과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은 상호 보완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만 방산 협력은 역사와 정치, 법률과 수출통제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므로 민감한 체계의 공동개발을 서두르기보다, 상호운용성 표준, 시험과 품질보증, 배터리 안전성, 정비 데이터 형식, 공급망 회복력처럼 실무적 공통분모부터 넓히는 편이 현명하다. 협력은 선언이 아니라, 함께 쓸 수 있는 기준과 함께 견딜 수 있는 공급망에서 시작된다.

CCA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기체 개발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질문은 ‘어떤 무인기를 만들 것인가’만이 아니다. 누가 데이터를 통제할 것인가. 누가 인터페이스와 인증 기준을 정할 것인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빨리 바꿀 수 있는가. 손실을 감당할 생산과 보급의 속도는 충분한가. 그리고 유인 전력과 무인 전력을 어떻게 하나의 전투체계로 묶을 것인가.

CCA의 본질은 무인 전투기 한 대가 아니라, 더 많은 선택지와 더 짧은 적응 주기를 가진 공군을 만드는 데 있다. 한국이 지금 먼저 설계해야 할 것은 날개와 동체만이 아니다. 그 날개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연결성, 그리고 그것을 떠받칠 운용과 군수의 체계다.

김용선 예비역 대령은 안보·국방·방산 전문가다. 前 나토·EU 국방 무관 및 주미 군수 무관을 역임했다.

원문 출처

이 글은 반창고뉴스(2026년 10월 11일)에 게재된 필자의 특별기고를 옮겨 실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