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정책

곡선의 어디에 올라탈 것인가

9월 15일 하루 동안, 한 회의에서 서로 다른 방향의 두 결정이 났다. 방위사업청 제17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조 1,600억원을 들일 수직이착륙형 정찰용 무인항공기를 국내연구개발로 확보하기로 의결했다. 같은 자리에서 3조 2,400억원을 들일 해상작전헬기-Ⅱ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MH-60R 시호크를 국외구매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는 만들기로 했고, 하나는 사오기로 했다. 이를 일관성 없는 결정으로 읽는 시선이 있다. 나는 달리 본다. 이 갈림은 모순이 아니라 우리 군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려 주는 신호다.

같은 군이 같은 해에 낸 서로 다른 답

두 사업 모두 절차를 밟았다. 무인기는 선행연구를 다시 수행해 일부 요구성능을 재검토하고 국내개발 타당성을 재확인했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고정익 사단정찰용 무인항공기의 이착륙 제한을 걷어내는 데 있다. 헬기는 구매시험평가와 협상 결과에 따라 기종을 정했다. 해상작전헬기-Ⅱ는 구축함과 호위함에 실려 잠수함과 수상함을 찾아내는 전력이며, 노후한 링스를 2032년까지 20여 대로 대체한다. 눈여겨볼 것은 결과의 계보다. 해상작전헬기는 1차 사업에서 유럽의 와일드캣을, 2차 사업에서 시호크를 선택했고, 이번에도 같은 기종을 들여온다. 2차 사업에서 12대를 확보한 데 이어 20여 대를 더하는 셈이며, 세 차례 연속 국외구매다. 그 사이 국산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국내 업체는 파리 전시회에서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해상작전헬기 개발을 내세웠으나, 정부는 육상용으로 개발된 기체여서 무게중심이 불안하고 주회전날개를 수동으로 다룰 때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무인기에서는 국내개발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유지됐다. 같은 군이 같은 해에 서로 다른 답을 낸 것이다.

가른 것은 의지가 아니라 시점이다

두 사업을 가른 것은 의지가 아니라고 나는 판단한다. 기술의 성숙도와, 우리가 그 기술에 들어선 시점이다. 회전익 해상 플랫폼은 반세기 넘게 축적된 분야이며, 뒤늦게 진입해 따라잡으려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사오는 결정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시호크가 갖춘 다기능레이더와 저주파 디핑소나는 당장 우리 함정이 필요로 하는 능력이며, 그것을 제때 손에 쥐는 일도 군을 지키는 일이다. 무인기는 다르다. 아직 표준이 굳지 않았고, 우리는 그 곡선에 제때 올라탔다. 산이 많은 이 땅에서 활주로를 찾지 못해 사단의 눈이 뜨지 못하던 제약을 수직이착륙 무인기는 걷어낸다. 감시 성능은 기존 사단정찰용 무인항공기의 네 배 이상이며, 그 눈은 전시의 작전에서만이 아니라 평시의 경계에서도 쉬지 않는다. 사업은 2027년에 시작해 2036년에 끝난다. 10년은 한 장교가 소대장에서 대대장으로 자라는 시간이며, 그 시간을 우리 기술로 채운다는 뜻이다. 지휘관이 남의 눈을 빌리지 않고 제 눈으로 전장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야전을 겪어 본 사람은 그 무게를 안다. 이것이 제때 올라탄 곡선이 돌려주는 값이다.

다음 곡선을 고르는 일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물어야 할 것은 분명하다. 다음 곡선이 어디에 열려 있는가를 찾는 일이다. 자율비행과 대드론, 유무인 복합이 그 후보다. 어느 쪽이든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20년 뒤 우리는 또다시 사오는 결정을 설명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사올 것인가는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다. 그러므로 그 시점을 가르는 기준을 세우고, 기준과 그 적용을 기록으로 남겨 검증받게 해야 한다. 오늘의 결정을 스무 해 뒤에도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다음 세대 지휘관에게 물려줄 가장 확실한 전력이다.

참고 자료

제17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사업비·사업기간·도입 규모는 아래 보도에 실린 방위사업청 발표 내용을 따랐다. 방위사업청 누리집의 해당 보도자료 원문은 집필 시점에 확인하지 못했다. 기술 성숙도와 진입 시점에 관한 해석은 필자의 견해다. 출처 표시: 1차 = 정부·기업·기관의 공식 발표와 자료, 보도 = 언론 보도, 2차 = 제3자의 해설·분석(방법론).